오랜만에 언니가 보고파서 걸어서 운동도 할 겸 언니집에 갔는데, 아! 글쎄요, 이게 뭡니까!
오랜만에 박바가지를 보게 되었답니다. 이 바가지는 유년시절에 봤던 박 바가지인데요, 어찌나 반갑구 정겹든지요
이 참에 언니네집 풍경을 담아봅니다. 걸어가는 길에 상평동 공단지역에 땅 꺼짐으로 공사가 한창이구요.
마침 가고 보니 소꼬리를 푹 삶고 있는 중이었어요.
" 언니! 이게 박바가지 아님 감요? " " 그래 맞다. 이 바가지로는 뜨거운 걸 퍼담아 올릴 때만 쓰는 중이다. 나일론 제품은
좀 그러잖니." 하신다. 지혜롭고 자상하신 울 언니는 역시 똑똑하시다.
거실엔 언제 끓여서 다듬어 놓았는지 메주 덩이가 고슬고슬하게 말라져 가고 있고, 동백꽃망울은 미니구슬처럼 알알이
맺혔고, 길 가던 길고양이는 제집처럼 햇빛을 쬐며 돌 위에 앉아 나를 힐끔 쳐다본다. " 야옹아! 방가웡 " 가까이 다가서는데 고놈, 고양이 아니랄까 봐 살금살금 자리를 피한다.ㅎ
한우소 꼬리곰탕은 푹 잘 삶아졌는지 어느새 언니는 박바가지로 곰탕을 다 퍼내고, 큰 솥을 깔끔하게 씻어 놓았다.
한마디로 난 언니 신발 벗어놓은곳두 못 따라 간다.ㅎ 야무지구 지혜롭구 인자하신 울 언니는 천상 불보살님이시다.
어!
아이~ 깜짝 놀래라! 또, 이게 뭣꼬요!
어디서 왔는지 검은 야옹이가 햇빛을 쬐며 편안하게 놀고 있다. 언니 왈! 길 야옹이들인데 먹이를 자주 주었더니 제 집인
줄 아나 봐 완죤,ㅎ 검정옷은 엄마이고, 배 흰 부분 있는 게 제 아이야.ㅋㅋ
밭가에서 도토리를 줏어다가 갈아 놓고는 한 통 가져가란다. 주심 좋긴 한데 지송 해서 어쩌누요? 주는 김에 눈 딱 감고서
들고 왔답니다.ㅋ 부지런한 울 언니와 형부는 늘 부모님처럼 잘해주셔 이 은혜를 언제 다 갚을는지요./2023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