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한참이나 흘렀어도
동지 때가 되면 엄마의 팥죽이 그립습니다.
찹쌀과 멥쌀의 비율이 알맞아야
옹심이가 맛나고
팥도 알맞게 들어가야 팥의 진미를 느낄 수가 있다시던
엄마의 팥죽이 그리운 동짓날
해마다
팥죽을 끓여보지만 엄마맛이 안 나서
올 해는 집에서 끓이지 않고 절에 가서
팥죽 먹고 나이 한 살 더 먹고 왔답니다.
자꾸만 게을러지는 이 모습에
설상가상으로 나 죽기 전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팥죽의 그 맛을 단 한 번 만이라도 끓일 수가 있을까
의문스럽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엄마의 솜씨!
엄마의 정성!
엄마의 가르침이 저의 모든 생활에 배여 듭니다.
자식을 잘 거두고 살림을 잘해나가야 하는 여인의 길을
강조하셨던 어머니가 무척 그리운 날입니다.
(절에서 팥죽 먹으며 엄마 생각 나.. 12/21)
◀12월의 시 / 이해인▶
또 한 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겠지요
해야 할 일들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을 닫아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의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할 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이 너무 많아
멀미 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살기 쉽지 않지만
눈을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에는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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