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셨길래
내 곁에 머물다가 홀연히 사라지셨습니까?
어릴 적 옆집에 살면서 숙제도 함께하고
숙제하다 잠들면 몸부림이 심했던 미야 너에게
二拜를 올리다뇨, 하늘이 부끄럽습니다
가을걷이 모두 다 해놓고
이게 먼 말인가!
한생 쌓아놓은 공든 탑을 어이 놓아버릴 수가
있었는지.... 참말로 이해불가인지라 말을 할
수가 없다네. 이렇게 짧게 살다 갈 것을...
유년시절 늘 함께 였고
우리 집에 놀려와 내 방에서 함께 잠들면
몸부림이 심했던 너, 해인사 홍제암에서 나 옆에
잔다 할 때 나 못 자게 해서 미안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래도 넌, 나 몸부림 안칠게
하면서 이불을 꾸역 구역 끌고 와서 옆에 자는데
몸부림 안치더란다. 그땐 이뻤다
착하고 예쁘게 자란 美야!
대 농가로 시집가서 한평생 고생만 하는데
정말 안타까웠지만 너 자신이 행복해하는 걸 보면
조금이나마 위안을 했었다.
자주 놀려오라는 말에도
농사를 힘들게 지은 것을 바리바리 싸 주던 너였기에
발걸음이 잦아졌었다.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미안해
이렇게 빨리 갈 줄 알았으면 자주 갔을 터인데 말이다.
지금쯤 어느 곳에 머물고 있을까
우리 호국사 108산사 순례길에서 배웠잖니
우리 몸은 빈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 몸둥이랑
아쉬워 말구...알았찡?
우리 좋은 곳에서
다시 만나자. _안녕_
너의 친구 慧明花가 눈물을 훔치며 二拜올린다. ^^*
나무마하반야바라밀
_(())_
홀연히 떠나간 美야에게 / 20221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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