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부활하는
시랑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네 가느란 꽃술이 바람에 떠는 날
상처입은 나비의 눈매를 본 적이
견딜 길 없는 그리움의 끝을
너는 보았니.
봄마다 앓아 눕는
우리들의 지병(持病)은 사랑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한점 흰 구름 스쳐가는 나의 창가에
왜 사랑의 빛은 이토록 선연한가.
모질게 먹은 마음도
해 아래 부서지는 꽃가루인데
물이 피 되어 흐르는가
오늘도 다시 피는
눈물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__이해인님의 글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