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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방

진주 처녀골 이야기

by 慧明花 2022. 12. 3.

(진주 뒤벼리 야경인데 우측 끝나는 지점쯤 이씨처녀의 무덤이 있음)

 

 

♥ 진주 처녀 골 이야기 ♥

 

조선중엽 진주의 원님 딸이 세도가 있는 함안 조 씨 가문의 총각에게 시집을 가기로

혼인약속이 되어있었다. 그 처녀가 갑자기 병이들어 덜컥 죽고 말았다.

 

처녀의 집에서는 함안 총각집에 아무런 기별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함안의 조도령은 아무것도 모르고 과거 공부만 하고 있었다.

그 무렵에는 결혼을 앞 둔 처녀가 죽으면  혼백을 따로 모시는 풍습이 있었다.

죽은 처녀의 아버지가 어느날 위패를 벽장 안에 넣어 놓으니까, 그날따라

위패가 벽장 안에서 소리를 내며 뛰기 시작하였다.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처녀의 아버지가 들어다 보면

위패가 엎어져 있고, 다시 돌아서면 소리를 내며 뛰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다시 또, 들어다 보면 엎어져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엎어져 있는 위패를 두드리며 몇 차례나 일으켜

놓고 보니 어느새 관복을 입은 젊은 벼슬아치가 집으로 들어왔다.

 

처녀의 아버지가 어떻게 왔냐고 물었더니

함안의 조도령이었다. 

처녀의 아버지는 영문도 모르고 찾아온 조도령에게 딸이

죽었다고 말했다. 조도령은 과거에 급제하고 내려오는 길에 청혼녀의 집에

들른 길이였는데 어째서 부고를 알리지 않았느냐고 따졌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조도령이 위패를 확인하려 하는 순간 위패가 조도령 도포 자락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런 줄 모르는 처녀의 아버지는 이상하게 생각하며 위패를 찾는데, 조도령이

위패는 자기 소매에 있으니 혼인날을 받아달라고 처녀의 아버지에게 졸랐다.

 

처녀의 아버지는 그럴 수 없다고 했지만 조도령은 고집대로 혼인날을 받고

처녀의 혼백 하고 결혼을 했다. 그 뒤, 재취 장가를 들라고 혼인 말이 오가는 어느 날

문득 지붕 위에 바가지만 한 불덩이가 보였다. 이 일이 있은 뒤 다른 처녀와 혼인을

했는데, 얼마 후 재취 부인이 태기가 있었다.

 

태기가 있은 후, 또다시 바가지만 한 불덩어리 일곱 개가 떠 오르는 것이 보였고

그 뒤, 재취 부인은 아들 일곱을 낳았다. 

 

지금도 상대동에 있는 함안 조 씨 재실 뒤편 산자락에 이 씨 처녀의 무덤이

있다고 한다. 진주성 동쪽 기슭을 흘러가던 남강물이 갑자기 오른쪽으로 휘돌아

나가는 곳에 깎아지른 절벽이 있는데, 이곳을 '뒤벼리'라 이르며  뒤벼리가

끝나는 동쪽 편에 골짜기가 나온다. 

이 골짜기를 흔히 ' 처이골 ' 또는 ' 처자 골 ' 로 부르는데 여기에 함안 조 씨 재각이 있다.

이곳을 처자 골이라 부르는 이유는  이 씨 처녀의 무덤이 있기 때문이다.

 

(진주 뒤벼리 이른 봄 풍경)

 

 

[ 의의와 평가 ]

귀신과 산사람이 결혼하는

명혼 설화의 일종이며, 이러한 사건이 유래가 되어

지명을 설명하고 있으니 지명 설화라 할 수 있다.

 

결혼하지 못하고 죽은 처녀의 혼을 

의미하는 것들은 위패와 지붕 위의 불덩어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결혼하지 못하고 죽은 처녀라 하여

원한을 품은 양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처녀의 귀신이라 하더라도 일반적인

처녀귀신 설화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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