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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

무심(無心)하라 / 경허선사

by 慧明花 2021. 10. 29.

 

가장 요긴한 것은 모든 일에 무심(無心)하라.

마음에 일이 없으면 지혜가 자연히 깨끗하고 밝아진다.

 

모든 일이 모두 마음을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니

착한 일을 하면 천당에 태어나고

악한 일을 하면 지옥이 나타나고

 

포악하면 범과 이리가 되고,

어리섞으면 지렁이와 공충이가 되며

가볍고 분주하면 나비가 된다.

 

그러므로 옛사람이 말하되

" 다만 한 생각의 차이 그대로 만 가지 형상이 나타난다 " 하였다

그 마음은 텅 비워서 성성(惺惺)하고 순일(純一)하게 하여

흔들리지 않고, 혼미하지도 않게 해서 허공같이 훤칠하게 하면

어느 곳에 생사가 있으며, 어느 곳에 가지고 범할 게 있겠는가.

 

다만 이 활달하고 역력이 밝아서 밑바닥까지 사무치면

삶에 삶을 따르지 않고, 멸(滅)해도 말을 따르지 않고,

부처도 조사(祖師)도 짓지 않으며,

크게는 대천세계(大天世界)를 감싸고,

 

작게는 가는 티끌에도 들어가며

능히 부처도 되고 중생도 된다.

 

또한 크고 작음도 아니요, 모나고 둥근것도 아니요

밝고 어두움도 아니어서, 자유로이 융통함이 철저해서

조금도 억지로 만들어내는 도리가 아니다.

 

이 현묘법문(玄妙法門)을 참구 하는 이는

항상 반조(返照)하기를 힘쓰고,

참구 하는 마음을 성성하고 세밀히 해서 끊어지지 않도록 하라.

 

참구하는 것이 지극히 간절하여 

참구 한다는 마음조차 없는 경지에 이르면,

홀연히 마음길이 끊어져 근본 자리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러면 본지 풍광(本地風光)이

본래 갖추어진 원만한 경지에는

모자람도 없고 넘침도 없으리라.

 

__출처 : 경허집(鏡虛集)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