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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방

봄 / 유안진

by 慧明花 2021. 4. 10.

 

저 쉼 없이 구르는

윤회의 수래바퀴, 잠시 머문 자리 이승에서

하 그리도 많은 어여쁨에 홀리어

스스로 발길내려 놓은 여자, 그 무슨 간절한

염원하나 있어 내 이제 사람으로 태어났음이랴

 

머 언산 바윗등에

어리 운 보랏빛

돌담을 기어오르는 봄 햇살

춘설을 쓰고 선 마른 갈대 궁

그 깃에 부는 살 떨리는 휘파람

얼음 깬 무논에 알을 까는 개구리

 

실뱀의 하품소리

홀로 찾아든 남녘

제비 한 마리 선머슴의 지게 위에

꽃혀 앉은 진달래꽃...

 

처음 나는, 이 많은 신비에 넋을 잃었으나

그럼에도 자리잡지 못하는 내 그리움의 방황

아지랑이야, 어쩔 셈이냐

 

나는 아직 춥고

을씨년스러운 움집에서 따순 손길이 기다려지니

속눈썹을 적시는 가랑비 주렴 너머, 딱 한 번

눈 맞춘 볼이 불은 소년, 내 너랑 첫눈 맞아

숨바꼭질 노니는 산골짜기에는

 

뻐꾹뻐꾹 사랑노래 자지러지고

잠든 가지마다 빠져드는 어리어리 어지러움증

산아래 돌부처도 덩달아 어깨춤추는

시방 세상은 첫사랑 앓는 분홍빛 봄.

 

___봄 / 유안진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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