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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방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by 慧明花 2017. 6. 26.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 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을 한다


이슬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오늘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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