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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방

각주구검(刻舟求劍)

by 慧明花 2023. 12. 20.

중국의 옛이야기에 '각주구검(刻舟求劍)이란 말이 있다.

초나라 사람이 강을 건너기 위해 배를 탔을 때 일어난 일이다. 배가 강물 중간 정도까지 왔을 때, 실수로 칼을 물속에 

빠뜨렸다. 당황한 남자는 칼이 떨어진 지점을 배에 표시를 했다. 이것을 보고 선장이 놀란 표정으로 "손님, 대체 뭘 하시는

겁니까? " 하고 묻자, 남자가 말했다. " 아, 배에 상처를 내서 미안하오, 하지만 여기에서 칼을 떨어뜨렸으니 이렇게 표시를

해두어야 나중에 찾기가 쉽지 않겠소?"

 

이윽고 배가 강가에 도착하자, 남자는 배에 표시를 한 장소에서 물속으로 뛰어들어 칼을 찾기 시작했다.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오는 이야기에는 그 뒤에 이런 내용이 덧붙여져 있다.

" 배는 이미 칼을 떨어뜨린 장소로부터 이동했다. 칼은 떨어진 곳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강가에 도착해서 칼을

찾다니 그야말로 아둔한 사람이다."

 

'머리가 아둔하다'는 것은 나의 의역이다.

원문에는 한자'(惑)'이 사용되었다.

자전을 보면 '마음이 좁은 틀에 얽매여 자유로운 판단을 할 수 없는 것, 좁은 사고방식'이라고 셜명되어 있다.

 

이 우화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은 '시세의 변화를 깨닫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낡은 관습을 고수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함'

이다. 그러나 약간 다른 해석도 가능할 듯하다. 남자는 칼을 떨어뜨린 장소를 배에 표시해 두고 그 장소에 집착했다

배는 움직여서 강가에 도착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배에 표시한 장소를 기준으로 찾아보아도 칼은 찾을 수 없다.

 

남자가 했어야 할 일은 칼을 떨어뜨렸을 때에 주변 육지의 경치를 보고 '저나무와 저 그루터기의 연장선을 기준으로 이쪽

강가에서 몇 미터 정도 지점이야' 하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그 위치를 기억하고 있었다면 칼은 찾았을 것이다.

 

남자가 칼을 떨어뜨렸듯, 우리도 과거에 실패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자가 배에 표시를 한 것처럼 과거의 가슴 아픈 추억을 마음에 새겨두어 보아야 부질없는 짓이다.

배가 움직이듯, 시간도 움직여 주변 상황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떤 상황에 실패했는지 기억해두는 것이 다음에 그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방법이다.

성공이나 행복이라는 칼을 인생이라는 강에 떨어뜨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각주구검'을 참고하기 바란다.

<요즘 읽은 冊 중에서 발췌 / 고전이 가르쳐주는 실패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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