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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방

[스크랩] 만의골 은행나무 (`17.11.12 인천대공원)

by 慧明花 2017. 11. 15.

만의골 은행나무는,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 땐, 이미 잎의 반은 지고 반만 남아있었습니다.

은행나무가 먼저 보였고, 나무 밑에는 입구부터 많은 사람이 왁자지껄 넘쳐났습니다.

시간은 늘 내 편이 아니기에 시간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이만하길 다행이야!, 이 정도면 딱 좋아!' 하며 조금은 뻘쭘한 자축을 했습니다.







만의골 은행나무

                                  :키달아찌


만의골 은행나무가 단풍으로 물들면

우리 그곳에서 보자

누구랑은 차 한 잔,

누구랑은 막걸리에 파전 한 입


노란 은행잎 떨어지는 모퉁이에 앉아 

시인의 노래를 듣자

구르몽의 낙엽도 좋고

천상병의 귀천이어도 좋다


단풍잎 쌓여가는 오솔길을 걸으며

낙엽의 향기를 맡자

낙엽, 너의 앞모습은 화려해도 뒷모습은 가련하다

낙엽, 너는 바스락하고 웃지만, 돌아서면 울고 있다

낙엽, 너는 돌아갈 수 없는 지나버린 청춘이다

낙엽, 너는 불러도 대답 없는 묻어버린 사랑이다

        너는 지워버린 꿈이요

        너는 잊혀진 친구다

 낙엽, ...  
















낙엽  

                               :구르몽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출처 : 키달아찌 세상
글쓴이 : 키달아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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