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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방

차(茶)를 올리며..

by 慧明花 2020. 9. 29.

일찍 출근한 아침에 차 밭으로 갔습니다.

그 이유는 싱그러운 차 밭에서 차(茶)향기를 맡고픈 마음입니다. 가을이 오고 추석 명절을 맞이하는데, 불편하게도 코로나 19의 악병으로 가족친지들이 정겹게 오고감이 없는 2020년의 추석은 제가 태어난 후,처음인것 같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정책에 따라서 행동하는게 건강을 지키는 것이겠죠.

 

차의 맛은 강한 자극을 주지 않지만 음미해 보면 쓴맛, 떫은 맛, 신맛, 짠맛, 단 맛이 난다고 합니다.

이러한 맛을 내는 차에게 놀라운 효능이 있음을 송나라 휘종황제의 대관다론. 허준의 동의보감등에서

말하기를 9가지 덕이 있다고 합니다.

 

1,머리를 맑게해 주는 효능

2, 귀를 맑게 해주고

3, 입맛을 돋구고

4, 소화촉진을 시키며

5, 숙취에 좋으며

6, 숙면에 도움을 주며

7, 갈증을 없애주며

8, 몸의 피로를 풀며

9, 계절이 주는 추위나 더위에 몸을 지치지 않도록 

   도움을 준답니다.

 

차(茶) 한잔 대접해 올립니다.

 

다도따라 차를 한잔 마시는데도 예의와 범절을 중시했던 조상들의 운치와 차에 담겨진 효능을 옛부터 벌써

알고 즐길 줄 알았던 것은, 선가(禪家)에서 부터 시작된 것이 지금은 다도 문화가 활성화 되어 깊은 맛을

우리서민 모두가 즐겨 차 한잔 대접이 유행어가 된 지금, 지혜로웠던 선조님들께 그져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선 제일먼저 차(茶)의 향기를 맛보게한 분은 草依禪師입니다.

강원도 어느 절간에서 초의선사(草衣禪師)께서 수행하시던 곳에 차나무들을 보면서 감회가 깊었습니다.

草衣禪師의 偈頌을 올려봅니다.

 

聰鳥休晩參 (총조휴만참)

薄遊古澗睡 (박유고간수)

遺興뇌佳句 (유흥뇌가구)

常心會良知 (상심회량지)

泉鳴石亂處 (천명석난처)

松響風來時 (송향풍래시)

茶瑳臨流靜 (다차임류정)

攸然忘還期 (유연말환기)

 

새소리 듣노라 저녁 염송 거르고

홀가분히 옛 시냇가를 거닐고 있네.

 

흥겹기는 아름다운 싯귀를 얻음이요

샘물소리는 바람 불 때에 나도다.

 

차마시고 나서 물가 고요인데 임하나

느긋하여라 돌아갈 때를 잊었구나.

 

(초의선사께서 차를 드신 후,  고요함에 드신 것이 

글로써 아련합니다. 얼마나 평온하셨으면 돌아갈 때를 잊으셨다뇨,

차(茶)의 깊은 맛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조선후기에 중요한 茶人으로써 茶山 丁若鏞선생님도 빼 놓을 수 없는 분이십니다.

강진의 초암에서 18년간의 긴긴유배생활을 하면서 한점 흐트러짐없이 선비답게 의연하고 꼿꼿하게 

지냈으며, 외롭고 힘든 유배생활에서 그는 茶를 귀한 벗으로 삼았고, 차 또한 그 분에게 귀한 벗이

되었다고 합니다.

茶山선생님은 차나무를 무척 사랑하시어 스스로 호를 茶山이라 지을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요즘은 다도를 행하기 보다는 그냥 홀짝거리고 마시는 차가 되었지만 

그래도 차 향은 즐길 줄은 알게 되었으니까요.

 

추석연휴을 맞이하여 여느 때 같으면 연차랑 합해서 나들이를 한 번해 볼 수 있을법한데요.

2020 추석은 국내에 거주하는 내 자녀들조차도 볼 수가 없고,  내 친척들도 뵐 수가 없게 되었으니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에 있겠는죠, 코로나가 어서 빨리 종식되고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기를 서원합니다

막내네도 온다는걸 오지말라 타이르는 부모심정은 아파옵니다. 어린 손녀들이 할미 보구싶다는 말이

귓전에 맴돌구요.

 

이번 추석엔 따뜻한 차(茶) 한잔을  차롓상에 올려볼까 합니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늘 함께하는 포근하구 따뜻한 명절이 되시길 바랍니다.

 

___2020년 9월 29일 아침 녹차밭에서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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