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밝은 자를 위한 법거량
여름 안거를 4주째 되는 일요일 오후였다. 그날도 제자들과 다실(茶室)에서 차를 마시며 공부를 점검해주고 있었다.
그때 나의 스승님께서 다실로 들어오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벌써 여름 안거도 몇 주째 지났구나! 황전이가 그동안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점검을 좀 해볼까?”
“스승님, 제자들 앞에서 말입니까?”
“황전이에게는 거사님들이 제자들로 보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스승으로 보인다.”
“스승님도 참...”
“황전이는 잘 들고 일러보아라, 조사어록을 보면 이러한 이야기가 나온다. 싯타르타 태자가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사방으로 일곱 걸음 걸으면서 <천상천하유아독존>이란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말을 들은 운문선사가 이런 말을 했다. <내 그 당시 있었더라면 한 몽둥이로 때려잡아 주린 개에게 주어 세상을 태평하게 하리라.>
그 말을 들은 여러 선사님들이 운문선사야 말로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제대로 설명했다고 격찬했다고 하였다. 자, 옛 사람들의 경계는 놓아두고, 황전이 너라면 지금 너의 경계에서 어떻게 이 천상천하유아독존에 대해서 한 마디 하겠느냐?”
“스승님, 제가 하나 묻겠습니다. 운문선사님께서 천상천하유아독존 속에 감춰진 활인검(活人劍)을 뽑아서 세세생생 이어온 자신의 목을 단 칼에 쳤습니다. 스승님, 운문선사님 목에서 피가 몇 말이나 나왔겠습니까?”
“하하하...그렇지
진흙소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고
쇠(鐵)소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보았고
물빛소가 지금 막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보았다.
여기 대해서 황전이도 한 마디 일러야지?”
“네
무념 속에 핀 만다라
그 향기...
달마 구년면벽은
그 향기 취함이요
육조에 바람과 깃발은
그 향기 피움이라
하늘은 청명한데
깊은 호수에 잠긴 구름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하하하... 오늘 차 맛은 술맛이구나!”
“스승님, 거북이 껍질을 벗기고 나니 갈지(之)자만 남습니다.”
“하하하...”
“...하하하”
제자들이 나에게 물었다.
“거북이 껍질을 벗기고 나니 갈지(之)자만 남는다고 하셨는데 그게 무슨 뜻입니까?”
“모르면 참구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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