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가는 길 / 조오현
비슬산 구비길을 누가 돌아가는 걸까
나무들 세월 벗고 구름비켜 섰는 골을
푸드득 하늘 가르며 까투리라 하는 걸까
거문고 줄 아니어도 밟고가면 운(韻)들릴까
끄로일듯 이어진길 이어질듯 끊인 연(緣)을
싸락눈 메운 향기가 옷자락에 지는 걸까
객은 또 먹물입고 눈을 감고 앉았을까
만 첩첩 두루적막 (寂寞)비워둬도 좋을것을
지금쯤 멧새 한마리 깃 떨구고 가는걸까
자네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오
내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옵네
백년 덧시름 잊을 일 의논코져 하노라
민중을 위해 무엇을 할까
잠곡(潛谷) 김육(金堉, 1580~1658)은 격동기에 살았던 인물이다. 어린 나이에 임진왜란을 겪고 장년에는 왕이 뒤바뀌는 인조반정을 목격했으며, 늙은 나이에는 병자호란을 맞이했다. 그는 이런 역사경험 속에서 벼슬아치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 인물로 꼽힌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민중의 비참한 생활에 눈길을 돌리며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까’를 고심했다. 그는 이런 시를 쓴 적이 있다.
옛 역사를 읽고 싶지 않다네
그것을 읽으면 눈물이 흐른단 말일세
군자는 늘 곤욕을 당하고
소인은 흔히 득지하거든······
저 요순의 아래시대에는
하루도 다스림이 잘된 적이 없네······
생민이 무슨 죄가 있소?
창천의 뜻이 아득하기만 하구려
지난 날도 이러했거늘
오늘의 일이야 어떻겠는가
__김육金堉__
새빨간 장미화가 지는가 싶는데요
유월이 훌쩍 달려와서
애교가 만점입니다,
꽃이 피고 지고 열매가 달리며
푸르름도 무르익어 하늘을 덮어 주는데요
벌써부텀 날씨 더워서
어디 작은 내 손 바닥으로
하늘을 가릴랴지만
자연이 이뿌게도
그렇게 그렇게 도와 줍니다
나만의 자만으로는 세상사 아니죠
둥글고 묘한 삶의 신비로움 속에서도
내일이 좋을수도 아닐수도
어떻한 운명이 올지도 모르면서
지금 이시간의 행복만을 듬뿍 안고 갑니다,
하나~두울~하나~두울!!
그렇게 그렇게 지내만 갑니다,
09/6/3 연향 합장